내가 좋아하는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영화감상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6.20 개봉)


(스포일러 있음)
픽사의 토이스토리 3부작은 픽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시리즈였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겨 주인이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되어감에 대한 우디의 불안감, 내가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현실이 다름에 대한 버즈의 절망감, 입장이 다른 상대에 대한 이해와 화해를 잘 표현했던 세계 최초의 풀 3D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1995).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의 갈등을 다룬 토이스토리2(1999), 장난감은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필요한가, 갖고 놀 아이에게 필요한가를 다룬 토이스토리3(2011).

이 이야기들을 통해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결국 장난감은 그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보다는 갖고 놀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우디와 앤디와의 이별은 눈물 쏙 빼놓으면서도 아름다운 이별로 보였다. 그 무엇보다 완벽한 결말로 보였고, 이 이후의 이야기는 더이상 필요없을 것 같았다.

토이스토리4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된 토이스토리 단편극들이 떠오르며 이 이후의 이야기를 무리해서 영화로 만들어도 사족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먼저 되었다. 그러나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장난감은 그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보다 갖고 놀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3편의 결론에는 간과된 중요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나는 상대를 좋아해도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 우디 관점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른 장난감들의 입장은 작게 묘사되었다. 2편에서 악당 스팅키를 통해 선택조차 받지 못한 주인 없는 장난감의 비애를 다뤘고 3편에서는 랏소를 통해 버려진 장난감의 입장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사랑받지 못한 그들은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주인공 우디는 언제나 사랑받는 주인공이었을 뿐이다.

토이스토리4는 그 반대의 상황에서 시작된다. 보니는 우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디가 하던 카우보이 역할은 제시의 몫이고 우디는 언제나 벽장 속에 처박혀 있을 뿐이다. 토이스토리4는 토이스토리1에서 새 장난감 버즈 때문에 앤디의 관심이 멀어져가는 우디의 위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주인에게 버림받은 모습을 보인다.

보니가 직접 만들고 너무나 아끼는 포크 장난감에게 우디가 집착하는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그것 말고는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3편에서 앤디가 우디를 보니에게 주지 않고 대학교에 가져가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아껴주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대체 우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서 과거의 연인 격이었던 보핍을 만나며 해결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찍부터 주인이 좋아하지 않는 장난감의 운명을 알고 있던 보핍은 완전히 '야생의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 야생의 장난감이라니...그런 것이 있을 수 있나!?

불량품이었기에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한 앤틱 장난감 '개비개비'는 이전 2편의 악당 장난감이었던 스팅키와 닮았다. 하지만 소리상자만 고치면 언제든 다시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고, 결국 우디의 소리상자를 이식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다시 토이스토리4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개비개비는 절망에 빠지지만 우디의 독려로 골동품 가게를 빠져나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찾아낸다. 우디 역시 모든 모험을 마쳤지만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보니 곁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보핍과 함께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토이스토리4에서 주로 다루는 테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절망하지 말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자"로 제시한다. 개비개비가 울던 아이를 찾고, 우디는 보핍과 함께 하기를 택한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장난감과 인간과의 관계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의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테마이기에 역시 픽사답다고 생각한다.

포키, 더키/버니, 개비개비, 야생의 보핍. 토이스토리4의 새로운 장난감들은 기존의 장난감을 능가하는 멋진 매력을 보여준다. 개비개비가 2나 3의 악당 장난감과 달리 순수한 악역에서 벗어난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장난감은 꼭 갖고 놀아줄 아이가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선택받지 못한 장난감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런 장난감들은 악당이 될 수 밖에 없나? 기존 토이스토리 시리즈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선택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장난감들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토이스토리4는 가치가 있다. 애초에 말을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장난감이니 말이다.

그리고 디즈니/픽사에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토이스토리 장난감들을 열심히 팔려는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2019.6.21 20:40 메가박스 관람)


뽀꼬가 만든 포키


덧글

  • 타누키 2019/07/18 01:52 #

    관찰력이 좋네요~~ ㅎㅎ
  • 플로렌스 2019/07/25 00:42 #

    너무 똑같아요!
  • 포스21 2019/07/18 17:31 #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 시리즈 이지만 평은 좋네요. ^^
  • 플로렌스 2019/07/25 00:42 #

    픽사의 간판 작품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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