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커 (Joker, 2019)
'상상 그 이상의 전율'이라는 캐치프라이즈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영화 조커는 놀라운 영화다. 1970~1980년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영상미와 절묘한 음악을 제외하고나서라도, 장면 하나하나에 깊이가 있다. 슈퍼히어로물 원작의 악당 캐릭터는 단순 모티브일 뿐, 이 영화는 빈익빈 부익부로 무너져 가는 현대사회와 악당을 영웅시 여기게 되는 멍청한 상황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영화 '조커'는 옛날 영화와 음악을 어느 정도 알아야만 100%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그만큼 하나의 영화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아래의 영화를 보고, 소개하는 음악을 듣고 가사를 확인 후 영화 '조커'(2019)를 보기를 추천한다. 만일 이미 봤다면 아래의 작품들을 체험 후 다시 한번 영화를 보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조커(2019)'에 관련된 영화
1. 웃는 남자 (The Man Who Laughs, 1928)

2. 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

영화 '조커'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장면으로 나온다. 아서가 토마스 웨인을 만나기 위해 직원으로 분장하여 잠입한 곳이 모던 타임즈 상영관이다. 스크린에서는 모던 타임즈의 스케이트 장면이 나온다. 아서가 가는 코미디 클럽 pogos에서는 찰리채플린 작사/작곡이자 영화 모던타임즈의 노래 'smile'이 흘러나온다.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토드 필립스가 대놓고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상징으로 활용하는 점이 재미있다.
3.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 1937)

4.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거울을 보며 폼을 잡고 'You Talkin’ to Me?(내게 하는 말이야?)'라고 하는 명장면이나 주인공이 자신의 머리에 손가락을 겨누며 탕탕 거리는 명장면은 영화 '조커'에서 고스란히 오마쥬 되고 있다. 애초에 영화 '조커'에 로버트 드니로가 직접 출연한다는 시점에서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이 모두 망상이란 평으로 유명하다. 정신병이 있는 주인공이 여자에게 꽃을 보낸다던지, 전화통화를 했다던지 하는 것이 알고보면 모두 망상이란 해석이 많은 지지를 얻었는데, 각본가의 의도와는 달랐지만 이 영화의 평가를 높이 하는 것에 한 몫 했다.
영화 '조커(2019)'는 택시 드라이버에서 주인공이 겪는 상황들을 비슷하게 묘사함은 물론 아예 과대망상증이라는 해석까지 캐릭터의 일부로 집어 넣어 실제로 영화 속 장면들을 망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점은 결말까지의 모든 장면조차 조커가 병원 속에서 낄낄거리며 "재미있는 농담이 떠올라서 말야, 이해 못할거야"라는 조커의 망상으로 해석할 수 있게끔 열린 결말로 만들어 놓았다.
5. 코미디의 왕 (The King of Comedy, 1982)

영화 '조커'에서 아서는 과대망상증의 코미디언 지망생이며 코미디의 거장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을 동경한다. 아서는 머레이에게 자신을 '조커'라고 소개하라고 시키며 화려하게 범죄자로 데뷔하고 결국 체포되지만 이 사건으로 유명인이 된다. '코미디의 왕'의 주연인 로버트 드니로를 영화 '조커' 속에서 코미디 토크쇼의 거장인 머레이역할로 출연시킨 것은 다분히 노골적이고 의도적이다.
어찌보면 영화 '조커'는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 + '코미디의 왕'에다가 DC코믹스 원작의 '배트맨: 킬링 조크'를 합친 짬뽕밥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나 훌륭하다.
6. 배트맨: 킬링조크 (Batman: The Killing Joke, 1988)

영화 '조커'는 '킬링조크'와 동일하게 조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조커의 숨겨진 과거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킬링조크 역시 조커의 과거가 조커의 망상일 수 있는 것처럼 영화 '조커'의 내용 또한 정신병원 조커의 망상 속일 수 있는 것이 된다.
영화 '조커(2019)'의 음악
1. Smile (1936)

2. Send in the Clowns (1973)

3. That's Life (1966)

4.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1957)

5. Slap That Bass (1937)

6. Rock & Roll Part 2 (1972)

7. My name is carnival (1965)

8. White Room (1968)

그 밖에도 도어즈(THE DOORS)의 People Are Strange, 핑크플로이드(PINK FLOYD)의 Brain Damage, 비지스(Bee Gees)의 I Started a Joke 등이 OST에서 확인 가능한데 영화 속에서 어느 장면에 사용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커의 OST는 아이슬란드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힐두르 구드나도티르가 담당했는데, 전반적으로 음울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영화의 초반부의 자막과 색감은 다분히 1970년대~80년대 초반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심지어는 영화 끝난 뒤에 필기체에 노란 글씨로 The End가 뜨는 것까지 말이다. 어둡고 칙칙한 1970년대 말~1980년대 초반 미국의 분위기를 영상적인 부분에서부터 멋지게 표현하고 있으며 1970년대 음악까지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1970년대스러운, 음악과 영상이 맛깔스러운 작품이다. 거기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로버트 드니로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 + 코미디의 왕에 대한 절묘한 오마쥬까지. 미학으로 가득찬, 아는 만큼 보이는 깊이있는 영화였다. 다크나이트 3부작도 히어로물치고 상당히 깊이있는 명작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조커'는 더이상 히어로물은 아니고, 사회 풍자물이자 세련된 미장센으로 가득 찬 독특한 오마쥬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대로, 영화 속에서 조커의 행동을 영웅시하며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처럼, 사회적 분노를 악행의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사람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막 답답하고 화가 나면서 살인충동이 일어난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여자가 황당해 하며 뭐라 하는 모습을 실제로 봐서 하는 말이다. 나의 경우 영화를 보면서 "아, 미장센으로 가득 찬 오마쥬 영화구나!"하며 곳곳에 뿌려진 상징에 감탄하며 봤는데, 누구는 아서의 상황과 자신을 겹쳐보며 영화 속 폭도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니 말이다.
같은 작품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사회풍자 영화의 오마쥬 격인 작품이지, 조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빨갱이 영화로 몰려 결국 채플린이 미국에서 추방당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겉만 보며 비방해서는 안될 것이다.
(2019.10.7 21:35 메가박스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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