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Joker, 2019) 관련 영화와 음악,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영화감상

조커 (Joker, 2019)

'상상 그 이상의 전율'이라는 캐치프라이즈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영화 조커는 놀라운 영화다. 1970~1980년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영상미와 절묘한 음악을 제외하고나서라도, 장면 하나하나에 깊이가 있다. 슈퍼히어로물 원작의 악당 캐릭터는 단순 모티브일 뿐, 이 영화는 빈익빈 부익부로 무너져 가는 현대사회와 악당을 영웅시 여기게 되는 멍청한 상황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영화 '조커'는 옛날 영화와 음악을 어느 정도 알아야만 100%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그만큼 하나의 영화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아래의 영화를 보고, 소개하는 음악을 듣고 가사를 확인 후 영화 '조커'(2019)를 보기를 추천한다. 만일 이미 봤다면 아래의 작품들을 체험 후 다시 한번 영화를 보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조커(2019)'에 관련된 영화


1. 웃는 남자 (The Man Who Laughs, 1928)
이 영화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로, 애초에 배트맨에 나오는 악당 '조커'가 이 소설의 주인공 그윈플레인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다. 어렸을 때 인위적으로 찢겨진 입으로 사람들 앞에서 광대 공연을 하는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 이 작품은 17세기 영국 귀족과 사회를 풍자한 고전 명작으로, 현대 사회를 풍자한 영화 '조커'에도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웃는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저 포스터는 영화 '조커(2019)'의 도입부 그 자체이니 말이다.


2. 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
찰리 채플린의 1930년대 산업혁명 당시의 현대 사회 풍자 코미디인 모던 타임즈.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공장에서 같은 일만 반복하다가 정신병에 걸려 해고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퇴원 후 떨어진 깃발을 주웠다가 얼떨결에 시위대 선두가 되어 공산주의자로 체포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조커'의 주인공 아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다른 점은 찰리 채플린은 끝까지 유머를 잊지 않고 희망을 찾아 간다는 것, 그리고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 '조커'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장면으로 나온다. 아서가 토마스 웨인을 만나기 위해 직원으로 분장하여 잠입한 곳이 모던 타임즈 상영관이다. 스크린에서는 모던 타임즈의 스케이트 장면이 나온다. 아서가 가는 코미디 클럽 pogos에서는 찰리채플린 작사/작곡이자 영화 모던타임즈의 노래 'smile'이 흘러나온다.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토드 필립스가 대놓고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상징으로 활용하는 점이 재미있다.


3.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 1937)
1937년 미국의 뮤지컬 영화 '쉘 위 댄스'는 영화 '조커' 속에서 아서가 보는 TV에서 나온다. TV 속에서 나오는 장면은 흑인들이 'Slap That Bass'라는 곡을 노래하는 장면인데, 가사가 '세상은 정치와 세금으로 엉망이다 사람들은 도끼를 갈고 있다 더이상의 행복은 없다(The world is in a mess. Politics and taxes, people grinding axes. There’s no happiness)'라는 가사여서 영화 속 고담시와 아서의 상황이랑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아서는 총을 쏜다.


4.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You Talkin’ to Me?"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 주인공은 월남전 참전군인 출신으로 전쟁후유증으로 정신병을 겪으며 택시 운전을 한다. 계속하여 안좋은 일만 겪으며 폭력성에 눈을 뜨는데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영웅 취급 당하게 되는 아이러니함을 다룬 영화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거울을 보며 폼을 잡고 'You Talkin’ to Me?(내게 하는 말이야?)'라고 하는 명장면이나 주인공이 자신의 머리에 손가락을 겨누며 탕탕 거리는 명장면은 영화 '조커'에서 고스란히 오마쥬 되고 있다. 애초에 영화 '조커'에 로버트 드니로가 직접 출연한다는 시점에서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이 모두 망상이란 평으로 유명하다. 정신병이 있는 주인공이 여자에게 꽃을 보낸다던지, 전화통화를 했다던지 하는 것이 알고보면 모두 망상이란 해석이 많은 지지를 얻었는데, 각본가의 의도와는 달랐지만 이 영화의 평가를 높이 하는 것에 한 몫 했다.

영화 '조커(2019)'는 택시 드라이버에서 주인공이 겪는 상황들을 비슷하게 묘사함은 물론 아예 과대망상증이라는 해석까지 캐릭터의 일부로 집어 넣어 실제로 영화 속 장면들을 망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점은 결말까지의 모든 장면조차 조커가 병원 속에서 낄낄거리며 "재미있는 농담이 떠올라서 말야, 이해 못할거야"라는 조커의 망상으로 해석할 수 있게끔 열린 결말로 만들어 놓았다.


5. 코미디의 왕 (The King of Comedy, 1982)
이 영화 역시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작품으로, 과대망상증 코미디언 지망생이 코미디의 거장을 납치하여 자신을 '킹'이라고 소개하라고 시켜 화려하게 데뷔하는 영화다. 주인공은 이런 범죄행위로 인해 결국 체포되지만 이 사건으로 유명인이 된다는 결말의 작품.

영화 '조커'에서 아서는 과대망상증의 코미디언 지망생이며 코미디의 거장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을 동경한다. 아서는 머레이에게 자신을 '조커'라고 소개하라고 시키며 화려하게 범죄자로 데뷔하고 결국 체포되지만 이 사건으로 유명인이 된다. '코미디의 왕'의 주연인 로버트 드니로를 영화 '조커' 속에서 코미디 토크쇼의 거장인 머레이역할로 출연시킨 것은 다분히 노골적이고 의도적이다.

​어찌보면 영화 '조커'는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 + '코미디의 왕'에다가 DC코믹스 원작의 '배트맨: 킬링 조크'를 합친 짬뽕밥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나 훌륭하다.



6. 배트맨: 킬링조크 (Batman: The Killing Joke, 1988)
이 작품은 영화는 아니고 1988년에 나온 앨런 무어 원작의 그래픽노블이다. 앨런 무어는 영화로도 유명한 '브이 포 벤데타'와 '왓치맨'을 쓴 시나리오 라이터로 사회적 문제를 심도깊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킬링조크'는 다크나이트 리턴즈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배트맨 작품으로 꼽히는 책으로, 조커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영화 '조커'는 '킬링조크'와 동일하게 조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조커의 숨겨진 과거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킬링조크 역시 조커의 과거가 조커의 망상일 수 있는 것처럼 영화 '조커'의 내용 또한 정신병원 조커의 망상 속일 수 있는 것이 된다.





영화 '조커(2019)'의 음악



1. Smile (1936)
찰리 채플린 작사/작곡, 영화 '모던타임즈'의 주제곡인 'smile', 가수이자 코미디언, 배우인 지미 듀란티가 불렀다. 재즈계의 거장인 냇 킹 콜의 1956년 버전이 유명하고, 마이클 잭슨이 부른 버전 또한 유명하다. 이 곡은 영화 '조커' 속 코미디 클럽 pogos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당신 마음이 아플지라도 웃어요 심장이 부서질지라도 웃어요' '모든 슬픔의 흔적을 감춰요 막 눈물을 흘릴 지경이라도'라는 가사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미소 지어야 하는 현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는 영화 속의 영화로 등장하며 영화의 상징으로써 작동한다.


2. Send in the Clowns (1973)
지하철에서 금융사 직원들이 아서를 놀리며 부르는 노래이자 영화 '조커'의 엔딩 주제가이기도 하다. 원곡은 스테판 존트하임의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 1973)'의 노래 중 하나로, 뮤지컬 속 여주인공이 고백했다가 차이고 좌절하며 부르는 후회와 절망에 찬 슬픈 노래다. 가수이자 배우인 미국 현대예술의 거장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버전이 유명하며, 영화에도 프랭크 시나트라의 버전이 사용되었다.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불러주오)'는 2014년 소치 올림픽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곡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3. That's Life (1966)
역시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으로 유명한 That's Life(그것이 인생). 영화 '조커' 속 머레이쇼의 음악으로 사용되는 이 곡은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며 구질구질한 인생을 노래하는 곡이다. '이 세상은 항상 돌고 도니까(this fine old world it keeps spinnin' around)', '난 꼭두각시, 거지, 해적, 시인, 졸, 왕(I've belln a puppet, a pauper, a pirate, a poet, a pawn and a king)' 등 영화 속에서도 가사 번역이 나오는데 이 노래의 맨 끝 가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 포기하고 삶을 버릴거야(I'm gonna roll myself up in a big ball and die)'라는 점에서 영화 속 아서의 행동과 일치한다.


4.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1957)
아서가 어린이 병동에서 부르던 노래. 미국에서 어린이를 위한 레크레이션 노래로써 만들어져 장애아를 위한 프로젝트, 요양원 매뉴얼로써 불러지던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모두 다같이'라는 동요로 잘 알려진 곡.


5. Slap That Bass (1937)
위에서 소개한대로 영화 '조커' 속에서 TV에서 방영 중인 영화 'Shall We Dance', 흑인들이 노래하는 곡이 바로 이 Slap That Bass다. 세상은 정치와 세금으로 엉망이다 사람들은 도끼를 갈고 있다 더이상의 행복은 없다(The world is in a mess. Politics and taxes, people grinding axes. There’s no happiness)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6. Rock & Roll Part 2 (1972)
영화 후반에 나오는 명장면이자 영화 포스터로 유명한 조커의 계단 댄스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바로 이 곡. 1970년대에 인기 많았던 글램락 뮤지션 게리 글리터(Gary Glitter)의 곡인데, 문제는 이 인간이 악명 높은 성범죄자라서 결국 사회적으로 매장되었다. 그 때문에 굳이 여기에서 성범죄자의 곡을 사용하냐는 악평도 듣는데 일단 곡이 상황이랑 잘 맞아 떨어지고, 최악의 범죄자 '조커'의 각성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범죄자'의 곡을 쓴 것 같기도 하다. 안그러고서는 굳이 쓸 이유가 없어 보인다.


7. My name is carnival (1965)
미국 포크계의 거장 잭슨 C. 프랭크의 곡인 '내 이름은 카니발(My name is carnival)'. 영화 속에서 이 노래가 나오지는 않지만 아서가 하는 말에서 들을 수 있다. 아서가 자신의 예명인 카니발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는데 라디오에서 ' 내 이름은 카니발'이라는 노래가 나온다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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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White Room (1968)
영국의 사이키델릭 락밴드 크림(Cream)의 곡 White Room. 사이키델릭한 아서의 정신세계와 잘 맞아떨어지며 영화 후반부에 들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도어즈(THE DOORS)의 People Are Strange, 핑크플로이드(PINK FLOYD)의 Brain Damage, 비지스(Bee Gees)의 I Started a Joke 등이 OST에서 확인 가능한데 영화 속에서 어느 장면에 사용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커의 OST는 아이슬란드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힐두르 구드나도티르가 담당했는데, 전반적으로 음울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영화의 초반부의 자막과 색감은 다분히 1970년대~80년대 초반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심지어는 영화 끝난 뒤에 필기체에 노란 글씨로 The End가 뜨는 것까지 말이다. 어둡고 칙칙한 1970년대 말~1980년대 초반 미국의 분위기를 영상적인 부분에서부터 멋지게 표현하고 있으며 1970년대 음악까지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1970년대스러운, 음악과 영상이 맛깔스러운 작품이다. 거기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로버트 드니로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 + 코미디의 왕에 대한 절묘한 오마쥬까지. 미학으로 가득찬, 아는 만큼 보이는 깊이있는 영화였다. 다크나이트 3부작도 히어로물치고 상당히 깊이있는 명작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조커'는 더이상 히어로물은 아니고, 사회 풍자물이자 세련된 미장센으로 가득 찬 독특한 오마쥬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대로, 영화 속에서 조커의 행동을 영웅시하며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처럼, 사회적 분노를 악행의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사람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막 답답하고 화가 나면서 살인충동이 일어난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여자가 황당해 하며 뭐라 하는 모습을 실제로 봐서 하는 말이다. 나의 경우 영화를 보면서 "아, 미장센으로 가득 찬 오마쥬 영화구나!"하며 곳곳에 뿌려진 상징에 감탄하며 봤는데, 누구는 아서의 상황과 자신을 겹쳐보며 영화 속 폭도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니 말이다.

같은 작품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사회풍자 영화의 오마쥬 격인 작품이지, 조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빨갱이 영화로 몰려 결국 채플린이 미국에서 추방당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겉만 보며 비방해서는 안될 것이다.


(2019.10.7 21:35 메가박스 관람)

덧글

  • 블랙하트 2019/10/10 10:43 #

    유명인이 되어 코미디 무대에 서게 된다는 '코미디의 왕' 결말도 주인공의 망상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더군요.
  • 이글루스 알리미 2019/10/18 08:06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0월 18일 줌(http://zum.com) 메인의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zum 메인 페이지 > 뉴스 하단의 컬처탭에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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